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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쿄, 요코하마

김솔튼의 도쿄, 요코하마 유랑기 - (1)

신주쿠 골든거리

23.06.01 - 06.04 도쿄, 요코하마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수 년간 일본에서 일하면서 각자 삶이 바빠 한 번도 찾아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일이 잘 풀려서 나와 다른 고교 시절 친구 둘이서 시간을 맞춰 급하게 다녀왔다.

 

 친구의 직장은 요코하마에 있었고, 서울에서 직항은 없기 때문에 도쿄를 통해 가는 일정으로 잡았다.

 

<3박 4일 일정>

1일차 - 인천에서 도쿄 도착 

2일차 - 도쿄에서 요코하마 이동

3일차 - 요코하마

4일차 -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이동, 인천 도착

 

항공권은 출발일 약 2주전에 에어서울 왕복 30만원 이내로 예약했고

 

09:40~12:12  인천->나리타

16:50~19:30 나리타->인천

 

 꽤 괜찮은 시간대였다.

 

도쿄에 태풍온댔는데...

평일 비수기의 인천공항이라 그런지 수하물 부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오는 데 한 시간 안걸린 것 같다.

 

미리 모바일 체크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좌석은 앞쪽으로 잡았는데, 확실히 내리고 입국 수속하는데 빠르더라.

 

입국 심사로는 올 초에 간사이 공항에서도 그렇고 한 마디도 안물어보고 그냥 도장 찍어줬다. (내심 물어보길 바랬다)

 

입국 수속하고 나오자마자 NEX 표를 예매하고 웰컴 스이카 카드를 발급 받았다.

 

나리타 -신주쿠 NEX

NEX는 나리타부터 도쿄 및 주위 주요 도심지로 통하는 특급열차인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숙소인 신주쿠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지정석으로 3250엔인가 그랬고 특등석인 그린카로 예매하면 더 비쌌다.

(찾아보니 일반석이랑 차이는 고작 물티슈 하나 주는게 전부라고 한다.)

 

첫칸에서 편하게 왔다

캐리어 등을 무료로 자물쇠로 잠글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돼 있어 편리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리자마자 호텔쪽 출구로 나왔다.

 

약 7년 전 신주쿠역에서 길을 잃어 2시간 가량 길을 해멘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일단 나와서 생각하기로 했다.

 

신주쿠역 나오자마자 보이는 풍경

숙소를 고를 때는 여행 다닐 동네에 잡는 것도 좋지만,

나는 교통이 좋은 가장 큰 역 주위에 잡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캐리어가 있는 경우에 체크인, 체크아웃 남는 시간 동안 끌고 다니는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도심에 위치해서 가격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생각보다 그런것도 아니고 오히려 교통비를 더 아낄 수도 있다.

 

 

이번에 1박을 할 숙소는 시타딘스 센트럴 신주쿠 도쿄이다.

 

카부키초 골든거리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다.

 

1박 스탠다드 더블 룸에 13만원 정도였는데,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다 영어가 가능하고, 깨끗하고 좋았다.

(체크아웃 후에 짐보관도 해준다.)

 

평범한 일본 호텔

도착하니 오후 2시반쯤이었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요 앞에 돈부리집에 점심 먹으러 출발,

 

이번 여행에서 식당을 고르는 기준이 몇 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중요했던

 

"한국어 리뷰가 최대한 없는 현지 손님 위주의 식당"

 

일본 여행도 어느 정도 와봤고 일본어도 조금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객들의 식당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여행 온 느낌을 받고 싶어 외지인은 잘 찾지 않을 법한 곳으로 가려고 했다.

 

본토의 오야코동

오야코동 단품 5-600엔 언저리였던것 같고 200엔인가 더 추가하면 우동도 세트로 줬다.

 

바가 2개 정도 있고 주문하면 앞에서 바로 만들어줬다.

 

들어오는 손님은 다 일본 분들인 것 같았는데 위치가 위치인지라 약간 야쿠자..? 호스트바 삐끼..? 처럼 보이시는 분도 오셔서 마주보고 먹었다.

 

맛과 양은 가성비로 무난하고 맛있게 먹을 정도였던 것 같다.

 

우동 세트는 곧 저녁에 먹을 스시를 위해 참기로 했다.

 

꼬ㅊ미남 다나카상의 고향

최근 유튜브로 유명해진 다나카상의 고향 카부키초를 잠시 둘러봤다.

 

예전에 밤에 왔을 때는 덩치 큰 외국 엉아들이 삐끼로 엄청 서있었는데, 평일 낮에는 사람도 그닥 없고 평범하더라.

 

카부키초 타워

카부키초 타워라는게 새로 생겼다고 해서 가봤다.

 

2층 식당가, 3-4층 게임파크 등이 있는 건물이었는데 볼 게 정말 없으니 안 가는걸 추천한다.

 

아키하바라에 가면 수두룩빽빽하다.

 

신주쿠 공원 입구

저녁에 재즈바에 가기로 해서 남는 시간 근처에 있는 신주쿠 공원에 왔다.

 

입장료 500엔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복잡한 도쿄 한복판에 있는 공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엄청 큰 나무

 

그 주위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사람들이 누워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당장 우리나라만 생각해도 서울숲, 한강 공원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이렇게 넓고 관리 잘 된 공원이 있는게 신기했다.

 

공원 밖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대조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같이 그들과 여유를 즐기고 싶어졌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깨끗해지는 풍경

미세 먼지 하나 없는 파란 하늘과 공원을 보니 치여 살던 바쁜 일상이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또 혼자서 이들도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

.

 

공원 산책을 마치고 신주쿠역에서 약 두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니시와세다역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다.

 

이 곳에 한국에서 미리 알아본 라이브 재즈 바가 있어  근처에 있는 현지인이 주로 찾는 스시집으로 검색하여 들어갔는데,

테이블이 다 찼다고 하여 급하게 다른 식당으로 들어갔다.

 

본토의 스시

셰프가 요리해서 주는 바에서는 먹을 때마다 따로 주문해서 먹는거라고 하여 2층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2500엔 정도에 스시, 미소 세트를 시켜서 먹었다.

 

한국의 회가 긴 스시와는 다르게 본토에서는 스시를 식사에 확실히 포커스를 맞춘 것 같았다.

 

샤리와 생선의 비율이 딱 적당해서 맛있었다.

https://goo.gl/maps/RQVfirzCXeAR4BJV8

 

Jazz SPOT Intro 라는 재즈바에 왔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는 리뷰를 보고 오픈 시간인 6시 반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손님이 대여섯분 있었다.

 

열 평 남짓한 공간에 바 6석 테이블 10석 정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다른 손님과 합석을 해야 한다.

 

들어왔더니 밴드가 연주하고 있었다

합주하고 계시던 색소폰 연주자 분이 오시더니 주문을 받았다.

 

입장료 + 첫주문 1000엔을 지불하고 그 후로 음료 한 잔에 500엔씩 받는 구조였다.

 

우리 음료를 주고 자연스럽게 저기 들어가 색소폰을 연주하시는데, 노련미가 돋보인다.

 

합주가 끝나니 저 뒤에 드러머 분도 점원이셨는지 자연스럽게 바텐더로 복귀하시더라.

 

매주 월-목은 라이브 잼 세션으로, 잼에 참여하고 싶은 손님은 이름을 적어 내고 기다리고 있으면

한두곡 정도 연주하는 방식이었다.

 

트럼펫 연주자가 정말 열정적이었다

약 여섯 명 정도 있었던 재즈바에 하나 둘 손님이 들어 오더니 나중에 자리가 없어 늦게 온 사람은 서서 술마시더라.

 

합주가 하나하나 끝날 때 마다 평범한 손님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어디선가 자기 악기를 들고 나와서 잼에 참여했다.

 

이 악기는 이 멤버와 어떻게 어우러질까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같은 악기를 다루더라도 연주자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있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다.

 

나도 악기를 몇 가지 다뤄본 경험이 있는데,

꾸준히 했으면 오늘 관객이 아니라 연주자로 참여햇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술도 종류가 많고 맛있었고, 다음에 도쿄에 도 온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장소 중 하나이다.

 

카부키초의 밤, 골든가이. 뒤로는 숙소가 보인다.

재즈바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 하고, 숙소 앞의 골든 거리에서 여흥을 달래기로 하였다.

 

골든거리, 골든가이라고도 하는데 드라마 심야식당, 애니메이션 은혼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마스터가 있고, 바에 손님들이 앉아서 서로 어울리며 대화하고 술 마시는 그런 이자카야가 모여있는 곳이다.

 

작은 가게 수십여개가 좁은 골목골목 모여있고, 다들 그들만의 테마가 있는 것 같았다.

 

몇 바퀴 둘러본 끝에  1층에 있는 한 가게를 선택해서 들어갔다.

 

좁고 어두운 골든거리 골목

들어간 가게에는 여성 마스터분이 계셨고 현지 직장인으로 보이는 분이 두 분 계셨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첫 잔으로 아마 위스키를 시켰던거 같다.

 

내가 일본어로 말하니까 마스터가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여기 오는 한국인들은 다 일본어를 잘한다고 그러더라.

 

그러더니 오른쪽에 앉아계시던 남성분이 일본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물어보시길래

애니를 많이봐서 늘었다고 했다. (사실 설명하기 귀찮았다..)

 

아니, 애니를 보는걸로 말이 그렇게 느냐고 무슨 애니 보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요번에 극장에서 개봉한 슬램덩크 보고 감동받아서 만화책 정주행 했다, 

내일은 성지순례로 가마쿠라도 간다고 하니까 엄청 놀래시더라.

 

슬램덩크의 명대사 "왼손은 거들뿐"을 일본어로 "히다리테와..."라고 하니까

그 분께서 "소에루다케.." 라고 하시는데 다들 짧게 탄식했다.

 

"히다리 테와 소에루다케..."

새삼 이런 잘 만들어진 대중 문화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세대가 달라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남성분과 마스터가 얘기를 하면서 슬슬 일어나시는 것 같았는데,

짧은 일본어로 얼핏 듣길 우리가 마신 술을 계산해 주신다는 것 같았다.

 

확실하게 알아들은 게 아니라서 괜찮다고 이야기 할수도,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알았는지 마스터가 지금 마시는거  저쪽 손님이 계산하셨다고 말을 해주셨다.

 

그제서야 그 남성분께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었고, 악수 한 번 해주시고 가게를 나가셨다.

 

아리가또 마스타!

이런저런 얘기를 더 나누고 3차로 다른 가게를 가보기로 하였다.

 

어느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바퀴 정도 가볍게 더 둘러보는데,

한 가게 안에서 손님들이 우리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했고 우리도 그대로 들어갔다.

 

서서 마시는 술집, 타치노미.

외국인 손님 세 분 정도가 있었고 아이묭을 닮은..? 젊은 남자 마스터가 계셨다.

 

여기서는 방금 전과 또 다르게 영어가 메인 언어였다.

 

하루에 3개 국어를 하기가 참 뭐시기한데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니까 막 나오더라.

 

외국인 세 분은 필리핀에서 왔고 다들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것 같았다.

 

사실 이때부터는 술이 쫌 많이 들어가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다음에 필리핀 갈 일 있으면 연락하랬는데 생각해보니 연락처를 교환을 안했다.

 

세부는 가지 말고 보라카이가 훨씬 좋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참고해야겠다.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이야기 나눌 떄 만큼은 너무 재밌었던 친구들.

잔뜩 신나서 숙소에 복귀해서 바로 누우니까 몸은 또 피곤했는지 뭐 할 새도 없이 바로 잠들었다.

 

재미와 기대감으로 가득한 1일차 도쿄는 성공적이었다.

 

다음에 올때는 꼭 일본어 더 공부하고 악기도 꾸준히 연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