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관광안내소에 맡겨둔 짐을 찾고 친구가 기다리는 요코하마로 향했다.
시부야역에서 특급을 타면 약 40분 정도 소요되는 일정이었다.
여기는 지하철이 너무 복잡해서 같은 플랫폼이라도 탈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었고,
8량, 10량 등 크기도 다양해서 한 눈 팔다간 놓치기 십상일것 같았다.
등에는 백팩, 한손엔 캐리어, 다른 손엔 우산을 들고 퇴근 시간 시부야역의 지옥철은 진짜 빡셌다.
태풍으로 저속 운행하고 하다보니 원래 시간보다 20분 정도 더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차저차해서 도착한 요코하마역은 도쿄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도 처음 와보는 도시였기도 하고, 여긴 진짜 외국인이 거의 안보였다.
요코하마에서 2박 3일 머무르면서 한국인을 본 게 손에 꼽았다.
먼저 예약해둔 요코하마역에 위치한 호텔에 체크인해서 씻고 좀 쉬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다.
이번에 머무른 숙소는 Sotetsu Fresa Inn 인데,
역에서 도보 2분 정도 거리였다.방은 스탠다드 트윈이었고 자동으로 체크인/체크아웃 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 편리했다.
올리려고 하니 객실 내부 사진이 없어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 대체한다. (사진 찍는 습관을 들이자)
꿀같은 휴식을 잠시 취한 뒤 밖으로 나왔다.
요코하마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이 친구가 야근을 하게 되어 우리끼리 먹기로 한다.
잠깐의 빠른 구글맵 검색 끝에 역 근처의 야키니쿠 집으로 향했다.
이 때도 역시 비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사람들이 다 포기하고 비를 맞고 다녔다.
야키니쿠집은 백화점 또는 호텔로 보이는 건물의 8층 식당가에 있는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들어가보니 직장인들이 단체로 많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이번엔 진짜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었다. (한 20%..?)
뭔가 오늘의 추천 고기 부위 이런거 같아서 스탠다드 코스에 그 추천 메뉴를 추가하였다.
추가로 주문한 추천 메뉴가 먼저 나왔다.
소 삼각살이라고 하는데 구워먹으니까 진짜 말이 안되는 맛에 안구가 저절로 적출되는 것 같았다.
고기를 먹고 있으니 한국식 김치랑 보쌈, 육회가 사이드로 나왔다.
맛은 당연히 우리나라의 그것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뭔가 반가웠다.
추가 메뉴를 다 먹을 때쯤 스탠다드 코스의 메인 고기가 나왔다.
때깔부터가 영롱하다.
안심, 갈비, 내장, 새우 등 총 7가지의 고기가 나왔는데 정말 하나하나 말도 안 되는 맛이었다.
코스에 밥은 제공이 안 되어 밥도 하나 주문했다.
대중소 중에 고르라고 그래서 중짜로 시켰다가 큰 코 다쳤다.
이 녀석들 비싸게 받는 대신 먹을걸로 장난 안치는게 진짜 양 많았다.
고기랑 밥이랑 먹으니까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또 입가심 냉면이 나온다.
냉면이라기보다 멸치 육수 베이스의 냉쫄면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느낌이었다.
다 먹으니까 또 뭘 준다.
멀리서 온 손님 섭섭하지 말라고 과일 토핑이 올라간 푸딩과 녹차, 그리고 하드 아이스크림까지 야무지게 챙겨준다.
배에 공간이 없어 식도까지 우겨 넣었다.
이렇게 다 먹으니까 인당 만엔 정도 나왔다.
그치 그쯤 먹었지..
야근이 끝난 친구녀석을 드디어 보러 간다.
짐 챙겨서 나온다고 그래서 중간 지점으로 마중을 가기로 했다.
저녁도 못먹고 야근하는 불쌍한 외노자 친구..
역 안에서 만났는데 이 녀석 어떤 일본 할머니한테 길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못 본 사이에 그냥 네이티브가 돼 있었구나.
친구들과 같이 식당으로 가는 길이 약간 이 지역의 번화가 느낌이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소매치기를 봤다.
가게 점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막 뛰면서 소리 지르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사람좀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이미 나한테 잡혔을텐데.
요코하마 회사원은 퇴근하고 이런 식당 간다.
술은 저 가게의 특선 하이볼인데 술 맛이 하나도 안나고 보리차 같은 맛이 나서 특이했다.
야키소바, 가라아게 다 정말 맛있었는데 애석하게도 나약한 위장 녀석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야키토리도 한조각씩 먹어보는데 허허 진짜 맛있다.
염통이랑 레바, 봉지리 모두 신선한걸 쓰는지 하나도 안비리고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여행오면 조금씩 여러번의 끼니를 먹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는데 못 먹고 바라만 봐야 했던 내가 원망스럽다..
이렇게 잔뜩 부푼 배와 함께 이틀차 일정도 마무리 되었다.
숙소로 심야 방송을 보는데 참 중구난방의 주제로 몇시간을 방송을 하더라.
아직도 그 방송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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